올시즌 성적 부진 털고 日 마무리훈련서 ‘구슬땀’
최강 마운드 여전…내년 ‘L·C·K포’ 부활 관건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무뎌진 어금니를 다시 날카롭게 갈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올시즌 프로야구 개막 직전까지 가장 강력한 ‘삼성의 2연패 저지세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KIA 타이거즈다.
그런 예상과는 달리 KIA는 ‘4강 탈락’이라는 수모를 고스란히 뒤집어 쓴 채 말없이 가을 무대에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로 조용히 건너가 현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훈련강도와 많아진 인원 속에서 내년 시즌 자존심 회복을 향해 KIA 선수들이 맹호로 변해가고 있다.

◇이범호·최희섭·김상현 ‘그립다’
KIA는 올시즌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대규모 부상사태’를 손꼽고 있다. KIA 선동열 감독은 “정말 계산이 안될 정도로 부상자가 많이 쏟아졌다”며 올해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투수 중에서는 왼손 양현종과 심동섭, 우완 한기주 등 젊은 주력들이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타선의 핵심들이 모조리 빠진 것이었다. 이른바 ‘L·C·K’로 일컬어지는 이범호-최희섭-김상현이 전부 부상으로 올해 가진 기량의 절반도 미처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이로 인해 KIA는 심각한 타선의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당초 선 감독은 지난해 말 부임 직후부터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 이르기까지 투수력에 대한 걱정은 했어도, 타선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용규-김선빈의 테이블세터진이 확고한 데다 ‘KIA의 미래’인 안치홍도 확실히 제몫을 해줄 것으로 여겼다. 베테랑 김원섭과 힘이 넘치는 나지완까지 있었다. 여기에 ‘LCK포’가 중심에서 힘을 탄탄히 실어준다면 공격에서만큼은 삼성에 뒤질 바 없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 선 감독은 ‘팀 타율 1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들이 침묵하면서 이런 목표가 흐트러지고 말았다. 이범호와 김상현 최희섭의 장기 부재로 인해 늘 중심타선 구성에 대해 고민을 해야 했다. 결국 KIA는 올해 팀타율 6위(0.256)에 그쳤고, 팀 홈런은 8개 구단 중 최하위(54개)에 머물고 말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4강에서도 멀어졌다.
이런 실패의 원인을 전부 ‘LCK의 부재’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전 클린업트리오 세 명이 모두 빠진 상황이 정상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은 물론, 선수들까지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KIA는 올 시즌 종료 후 우선적으로 트레이닝 파트를 보강했다. 선수들의 부상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선 감독과 삼성 시절 호흡을 맞췄던 하나마쓰 트레이닝 코치를 한화에서 데려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수들도 ‘LCK의 부활’을 내심 바라며 응원하고 있다. 이종범의 은퇴 이후 자타공인 ‘KIA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계승하고 있는 베테랑 투수 서재응 역시 내년도 ‘LCK의 부활’이 팀 성적의 열쇠임을 알고 있다. 오키나와 캠프에 참가중인 서재응은 “무엇보다 최희섭과 김상현, 이범호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함께 풀시즌을 치러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이들이 합류한다면 KIA의 전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오키나와 마무리훈련 목표는 무엇?
지난달 17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가을 마무리 훈련에 돌입한 KIA. 1군 주전선수를 비롯해 신인까지 모두 39명이 참가했다. 선동렬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11명이 참가한다. 오는 30일까지 강도높은 훈련을 펼친다. 이번 캠프의 모토는 명예회복이다.
구체적으로 투수진에서는 좌완 양현종의 재기, 불펜진의 강화로 압축할 수 있다. 양현종은 선감독이 맨투맨으로 훈련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양현종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내년 마운드 구성이 어렵다. 선 감독은 잃어버린 밸런스를 회복하고 스피드와 볼끝의 힘을 되찾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불펜진 강화도 커다란 목표이다. 특히 신인으로 활약도가 높은 박지훈과 홍성민은 체력과 파워를 키우는데 전념하고 있다. 두 투수가 내년에도 필승맨의 노릇을 해주어야 한다. 박경태와 진해수 등 좌완 불펜요원의 성장도 중요하다.
야수진은 베테랑의 회복과 수비력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이 가을캠프를 통해 내년 시즌 재기의 가능성을 점검중이다. 세 선수의 부상과 공백으로 인해 극심한 장타력 빈곤과 득점력 부족에 허덕였다. 강력한 선발진을 보유하고도 4강에 탈락한 결정적 이유였다. 내년 LCK 부활을 반드시 이루어야 된다는 점에서 캠프의 결실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선 감독이 또 하나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수비력 강화이다. 최다실책 2위(88개)에서 나타나듯 수비력은 4강 탈락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결정적 실책으로 경기를 내준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내야진의 수비력이 취약했다. 선수들은 이미 시즌 막판 매일 수비훈련 시간을 할애했다. 강도높은 수비훈련을 통해 짜임새를 갖춘 수비력을 구축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이번 마무리훈련에 포함된 손동욱, 이홍구, 고영우, 박효일, 최준식 등 신인 5명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해줄지도 관심거리다.

◇2013년 KIA 어디까지 가능할까
지난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V10을 일궈냈던 KIA 타이거즈는 3년 동안 시즌 초 우승에 대한 기대감만 높여주고 실제 경기에서는 실망감만을 안겨줬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오키나와에서의 마무리훈련과 내년 다시 떠나게 될 해외전지훈련 과정에서 ‘V11’의 가능성은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모든 선수들이 올시즌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하고자하는 의욕이 매우 높고 기존 선수들의 부상 변수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년 시즌도 4강을 넘어 우승 도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훈련을 마친 후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이어질 선동열 감독의 호랑이 조련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관심거리다.

/박정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