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인구가 줄고 있다. 현재 감소 추세라면 190만명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4년 인구 200만명이 붕괴 된 후 꼭 10년만에 10만명의 인구가 빠져 나간 것이다. 1년에 1만명 꼴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전남은 190만6028명이다. 내년 7월이면 190만명이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광주시는 147만2357명으로 소폭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남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미래가 어두워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인구가 줄어들어 예산과 세수가 줄어 경쟁력이 떨어지고 미래 성장동력도 힘을 잃어갈 수 밖에 없다.
일자리가 없어 젊은들이 외지로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고령화마저 뚜렷해 갈수록 지역은 피폐해지고 있다.
전남도가 기업을 유치하고 지자체들이 인구늘리기 정책을 펴고 귀농정책을 유도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광주 전남북 호남인구가 급속도로 줄어 충청권 인구수에 뒤지다 보니 정치권에서 의석수 조정 움직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 호남 인구 ‘어쩌다’
광주와 전남·전북을 합친 호남 인구가 대전과 충남·충북을 합친 충청권 인구수에 추월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지난 5월 말 기준해 인구수 차이는 408명으로 매우 근소했지만 조선시대 이후 처음으로 인구 수가 역전(逆轉)된 것이다.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일제강점기나 광복 후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충청권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 가까이 많은 인구가 모여 살았던 호남 지역민은 충격 그 자체였다.
2개월이 지난 올 7월 말에는 인구 격차가 6천656명으로 급격히 벌어졌다. 이 추세라면 시간이 갈수록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보자.
호남의 가구 수는 조선 태종 때 호구조사에서 2만9천441호 였다. 반면 충청권은 1만9천560호에 그쳐 호남보다 1만호 가량 적었다.
정조 때(1798년) 인구는 122만6000여명으로 충청의 87만1000여명에 앞섰다.
일제강점이 시작된 1910년 호남 인구는 249만8000여명으로 영남의 296만4000여명보다는 적었으나, 충청(143만3000여명)보다는 무려 100만명 이상 많았다.
호남인구는 1925년에는 449만여명으로 충청의 265만여명은 물론 영남의 348만여명을 각각 앞질렀다.
1940년에도 434만여명으로, 영남의 492만여명보다는 다소 적었으나, 충청의 267만여명 보다는 167만명가량 많았다.

■ 충청권 인구수 역전
호남 인구수는 광복 후에도 여전히 앞섰다. 1949년 전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호남 25%, 충청 16%, 영남 31%였고, 1960년에도 각각 24%, 16%, 32%로 비슷했다.
호남인구 비율이 이같이 앞섰지만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호남인구가 서서히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서울과 수도권, 부산 등으로 이농현상과 인구유출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호남의 인구유출은 다른 지역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급속하게 진행됐다. 당시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국토개발 및 산업화 정책에 따라 지역 간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졌다.
산업화 진행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호남인구가 서울, 수도권과 부산 등으로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났다.
이로 인해 호남인구는 줄고 상대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된 영남과,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충청은 인구유출 속도가 훨씬 느렸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차지하는 호남의 인구 비율은 1970년 20%, 1980년 16%, 1990년 13%로 곤두박질쳤다. 1960년에 비해 12%포인트가 떨어져 거의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충청은 6%포인트, 영남은 3%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이 기간 전남의 인구는 1968년 413만8000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1970년대까지 400만명 안팎에서 정체기를 맞는다. 당시 높은 출산율과 급격한 인구증가를 고려하면, 대규모 인구유출이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인구감소는 본격화된다.
1985년 370만명대로 뚝 떨어졌고, 1986년에는 광주가 직할시로 독립해 나가자 280만명대로 떨어졌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는 1년에 10만여명씩 줄어들기도 했고, 이후에도 해마다 평균 3만5000여명이 전남을 떠나 작은 군(郡)이 한 개씩 사라진다는 말이 돌았다.
마침내 2004년 마지노선이라 여겼던 인구 200만명선이 붕괴됐고 지난 7월 말 현재 190만6000여명으로 190만명 선을 위협하고 있다.
해남군과 고흥군은 1968년 인구가 각각 23만7000여명, 23만3000여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엔 각각 7만8000여명과 7만1000여명으로 각각 3분의 1로 줄었다.

■ 지자체 인구늘리기 정책 한계?
전남도와 일선 시군은 민선들어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출산장려 정책 등을 줄기차게 펼쳐오고 있다.
전남도는 2004년 박준영 지사 취임 직후 인구 감소의 근본 원인을 분석했다.
전남도는 급속한 산업화시대로 접어들면서 국토 불균형 개발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 문화 인프라 부족도 인구유출에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구 늘리기를 위해 전남도는 기업 유치와 친환경농업을 핵심으로 한 ‘3농정책’(농업·농촌·농업인 살리기), 미래자원의 보고 바다경영, 1시·군 1명품고교 육성을 추진했다.
출산장려 시책과 각 읍·면 공중목욕장 설치, 한옥과 민박·체험프로그램을 아우른 ‘행복마을’, 농어촌 뉴타운 건설 등 정주여건 개선사업을 끊임없이 추진했다.
하지만 인구늘리기 정책은 한계에 부딪혔다. 기업유치와 출산장려 등 인구늘리기 정책은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인구유출 억제와 지역 침체를 반전시킬 만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남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개발(일명 J프로젝트) 사업도 그다지 큰 효과가 없다.
무안기업도시 개발도 투자자를 찾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는 당초 계획보다 3년가량 늦어져 최근 이전기관 1곳이 입주한 상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시도들이 있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 이후 다시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볼 때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 문화·관광·해양이 주목받는 추세를 고려할 때 청정 환경과 온화한 기후, 긴 해안선과 갯벌, 2000개가 넘는 섬 등 전남이 가진 비교우위 자원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기대가 섞여 있다.
전남도는 최근 서남해안 해양자원을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서남권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10년간 인구 지키기를 도정의 화두로 삼고 모든 시책의 출발점으로 한 결과, 연평균 3만명을 넘던 인구감소 추세가 최근 몇 년새 4천~5천명선에 그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서동규 기자 koreacd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