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성modernity은 전통tradition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전통tradition은 과거로부터 계속 이어져온 문화(傳統)를 존중하는데 비해 근대성은 전통과 대립해, 새로운 세계를 열려고 했다. 즉 ‘새로움’은 근대성의 가장 두드러진 징표로 자리잡는다.
전통은 B.C. 6~8세기에 본격적으로 형성이 되어, 대체로 17세기가 분기점이 된다.
유럽에서는 절대 왕정, 상업 신흥 시민 세력, 새로운 과학과 기술의 등장과 자본주의의 형성, 종교 개혁, 인간적인 문화에의 긍정 등의 변화가 이어졌다.
동북아에서는 고증학(경험주의) 발달과 같은 문화적인 형태로 근대적인 삶의 방식들이 등장했다.
근대성을 특징짓는 것은 ‘인간적인 것’에의 긍정으로 주체성 등장이 가장 근본적이다. 인간의 주체성은 ‘합리성’과 ‘욕망’이라는 두 가지의 상이한 방향으로 나타난다.
합리성이 주로 객관세계의 이해라는 면에서 중요하다면 욕망은 인간 자체, 인간의 내면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이해로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사대부 계층의 지배가 약화되면서 귀족계급에서 신흥 시민 계급으로 바뀌는데, 당시의 시민 계급은 농민까지 포함한 오늘날의 시민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도시의 주축을 이루는 신흥 상인 계층의 사람들(부르조아)을 말한다.
문화 갈래의 변화가 아니라 문화를 이루고 있는 많은 갈래들이 동시적으로 거대한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이는 단순히 하나의 담론이나 한 역사 계열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전통 사회에서 근대 사회로의 결정적인 변화로 본다.
근대와 근대성은 다르다. 근대는 시대적 개념이고 근대성은 문화의 양태들에 대한 개념이다. 근대성이 흔히 ‘근대’로 불리는 시대(대략 16세기 말에서 19세기 중엽까지)에 생겨난 것은 사실이지만 꼭 이 시대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그 하한선이 모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근대성은 문화의 ‘성격’을 뜻하며 따라서 우리는 지금도 상당 부분 근대성 속에서 살고 있다. 탈근대성 역시 일정한 시대적 함축을 띠지만(19세기 말 이후) 문화의 성격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따라서 근대에서도 탈근대성을 발견할 수 있다. 흄은 18세기 사람이지만 굉장히 탈근대적인 사람이었다.
따라서 근대성/탈근대성은 어떤 특정한 시간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성격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근대성’의 개념이 정립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이다.
모더니티와 모더니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모더니즘은 영문학의 주요 개념으로서 그 성격은 오히려 탈근대적이다.
1970년대 이후 건축에서 출발한 포스트모더니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포스트모더니티와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티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은 특정한 문예사조이고, 모더니티, 포스트모더니티는 매우 넓은 역사적-철학적 개념이다. 모더니즘이라는 용어 자체도 문학, 회화, 건축… 등에서 달리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문학이나 회화에서의 모더니즘은 고전주의나 사실주의와 대비가 되는 탈근대적인 사조이지만 건축에서의 모더니즘은 오히려 근대적이고 합리적인 사조이다.
근대성 자체가 규정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그것은 때로는 합리주의적(신화/종교/형이상학 등을 거부하고 경험과 논리, 수학, 실험, 관찰 등을 통해 세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인 성격으로 나타나고 때로는 욕망론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근대 초기에는 합리성이 좀 더 앞섰고 근대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 가면서 욕망의 측면이 좀 더 전면에 부각되었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 욕망은 근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히 탈근대적인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근대성은 과학기술과 자본주의적 합리성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문화이기도 하지만 또한 인간의 주체성과 욕망이 긍정되는 문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자가 주로 앞서고 후자가 비교적 늦게 부각되었기에 후자는 탈근대성의 특징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런 다의성은 인간이라는 주체 자체의 다의성 때문이다. 대체로 이성적 주체에서 욕망하는 주체로 바뀌어 갔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근대적 주체를 이성적 주체라 할 수 있지만 이미 욕망적 주체의 씨앗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근대성을 문화의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볼 것인가에 따라 논의 구도가 달라진다.
근대성이란 단일한 개념이기보다 복합적인 개념으로 ①형이상학의 거부를 특징(탈신비화)으로 한다. ②정치적인 것이 형이상학에서 독립해 자체적으로 추구되기 시작한다. ③문화의 자율성이 강조된다.
(※이 글은 이정우 교수 ‘아트앤스터디’ 수강록에서 발췌·요약·첨삭한 것임을 밝혀둔다.)
/조 수 웅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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