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세계 경기가 가라앉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불확실성마저 커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도 둔화되며 청년들의 직장 구하기가 소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는데 막상 좋은 직장으로 손꼽히는 반도체, 전기차 등의 첨단산업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산업 구조가 대전환하며 신산업 현장에서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정작 일할 사람들은 아직도 과거 제조업 중심의 직업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며 일자리 창출 여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신산업이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주요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우수한 인재다.
하지만 이 부분에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대학 교육 이수율이 1위에 달하기 때문이다. 만 25~34세 청년 중 대학을 졸업한 청년은 10명 중 7명이나 된다. 과거 제조업 중심으로 고등 교육이 이뤄지며 신산업 전환에 우리 청년들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장이 필요로 하는 수요 중심의 인력 양성을 위해 첨단 산업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궁금해진다. 실제로 우리나라 첨단 산업 현장에서는 불과 10년도 걸리지 않아 인력이 30만명 이상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차세대반도체 분야의 경우 중장기적 인재 수요가 2021년과 비교해 87%나 많이 공급돼야 한다.
4일 산업기술진흥원(KIAT)에 따르면 지난해 말 KIAT가 발표한 '산업기술인재 수요 예측' 연구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서는 차세대반도체, 미래형자동차, 사물인터넷(IoT)가전, 디지털헬스케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차세대디스플레이, 스마트친환경선박 등 13대 신산업군의 인재 수요를 전망했다.
13대 신산업에서는 2032년 기술 인재가 총 31만729명 필요하다고 추산됐습니다. 이는 산업기술인력에 대한 수요 증가 기조를 유지한다고 가정한 '시나리오1'의 경우다.
현재에도 신산업 인력 수요는 많은 상황이지만, 불과 9년 후인 2032년엔 인력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지난 2021년 기준 13대 신산업의 기술인재 수요는 18만8560명이다. 보고서가 조사한 이후 11년 만에 수요가 12만2168명이나 늘어난 셈이다.
KIAT는 시나리오1에 주요 기업의 설문 결과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시나리오2도 도출했다. 좀 더 기업의 현장 수요에 가까운 수치라고 볼 수 있는 결과다.
현장에서는 우수 인력의 필요성이 더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2에 따르면 13대 신산업 전체에서 투입돼야 할 인재는 2032년 32만7107명으로 추산된다. 2021년과 비교해 13만8546명의 인재가 추가로 필요하단 것이다.
특히 산업별로 보면 차세대반도체, 미래형자동차가 다른 분야보다 인력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인재 육성의 필요성이 비교적 큰 분야라는 것이다.
차세대반도체의 경우 2021년 2만4707명 수준이던 인재 수요가 2032년 4만4421명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시나리오2의 경우 4만6160명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된다. 11년 만에 인력이 86.83% 더 많이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형자동차는 2021년 3만62명에서 11년 후 인력 수요가 4만7239명으로 늘어난다. 시나리오2에선 4만9513명으로 나타나며, 필요한 인재 수가 더 커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차세대반도체와 미래형자동차의 기술인재는 시나리오2 기준으로 2032년까지 현재보다 각각 2만1000명과 1만9000명이 추가돼야 한다.
인재 투입의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정부도 이에 발맞춰 첨단산업 인재 육성에 지원하려 한다. 인재 육성은 단순히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혁신인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민간과 협력할 것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부도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현장 수요형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고 여긴 셈이다.
우선 실전형 현장인력 양성 기관인 업종별 아카데미 등 기업이 주도적으로 혁신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참여하는 '반도체 아카데미'는 지난달부터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산업부는 반도체 아카데미에 이어 디스플레이 아카데미도 조성할 계획이다.
첨단산업별 특성화대학원을 지원해 석·박사급의 고학력 인재도 키운다.
앞서 산업부는 성균관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3곳을 반도체 특성화대학원으로 선정했다. 해당 대학에 2027년까지 450억원을 지원해 1500명의 인력을 키우려는 목표도 세웠다. 더욱이 내년에는 배터리·디스플레이·바이오 등의 특성화대학원도 구축하려 한다.
아울러 '첨단산업 인재혁신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지난 1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산업계 주도 인력양성, 해외 인재 유치, 정부지원 확대, 인재혁신 기반 조성 등이 골자다.
첨단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민관이 힘을 모은 만큼,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와 글로벌에서 앞서가는 기업이 시너지를 내는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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